서늘한 이상2011. 11. 4. 19:55

김수영혹은시적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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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은정 (살림,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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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일상과 서늘한 이상의 줄다리기.

'자기의 죄에 대해서 몸부림은 쳐야 한다. 몸부림은 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민감하고 세차고 진지하게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이 지식인이다.'
라는 입장은 김수영의 시와 산문과 비평 등에서 초지일관 나타나는 주장이다.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나의 가족>일부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그 방을 생각하며>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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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이 가진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시인의 에너지이자 부조리였을 것이다
내 삶에서도 그 간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진정 살아내야 하는 것은
이상일까 현실일까....

Posted by 키 작은 프리데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