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1:9
내가 네가 명한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꼐 하느니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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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은
여행을 하는 목적과, 재정을 어떻게 모아서 여행을 나왔는지에 대한 것이야
물론 후자에 대한 질문이 훨씬 많지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저 웃어 넘기는 것 뿐인 것 같아
편도표 한장을 들고, 단 하루도 보장받을 수 없는 여행을 시작한 지 또 다시 한 달이 넘어섰어
2년을 넘게 그렇게 여행했고, 여행하고 있지만 매 순간 앞에서 쉽지 않아
너는 이해할 수 있을까
세계일주이라는 화두는 내 삶에서 결코 결정적인 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거야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리고 낯선 환경에서 내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위축되는지,
웃을지 모르겠지만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얼마나 귀찮아 하기도 하는지-
첫 세계여행을 하면서 1년 5개월동안 새로운 풍경과 설렘앞에 내 감격은 이미 역치값을 찍었다고 해얄까
그 후로는 어떤 풍경을 보아도, 나를 흔들만큼 새로운 것들은 없는 것 같아
높은 설산, 끝이 없는 초원과 사막, 에멜랄드빛 바다..
그 속에서 숨 막힐 듯 늘어진 여름과 온 세상 멈춰버린 듯한 겨울을 맛 보았고,
인생같은 사랑을 알기도 했고, 잃기도 했고-
세번째 길에 오른 지금, 이제 여행은 내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이 아니라, 내가 거쳐가야하는 삶임을 알았어
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는 이 길을 갈 수가 없어
유목민의 고단함이 내 시간의 곳곳에 파고 들어와 나를 붙잡고 늘어질때면
보이지 않는 이 길에서 돌아서고 싶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야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눈물을 흘려야 하고, 오직 하나님만이 나를 위로하실 수 있음을 알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질때가 있어.
그럴때면 내가 있는 곳은 늘 부유하는 섬과 같이 홀로 버려져 있는 것 같아.
나 역시 내 또래의 친구들과 같은 화제를 안고 살고 싶고 소유에서 오는 안정감을 누리고 싶고,
세상이 안겨다 주는 미래를 보장받고 싶을 때가 있어
아니 적어도 어떤 공동체안에서 연대의식이라도 느끼며 길을 걸어가고 싶다는
당연한 소망도 있어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이 길의 끝은 무엇인지 하나님만이 아시고
여행의 주권과, 내 삶의 주권은 오직 하나님에게 있기 때문이지
버텨내야만, 내가 걸어가야만 알게 되는 어떤 시간을 기대하며
이 시간을 그분과 동행하며 버텨내고 있어
쉼이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여행이란 것을 소망하는지 잘 알고 있어
그들에게는 나의 이런이야기가 사치처럼 들릴 수 있을 것이란것도.
하지만 대학을 자퇴하며, 무일푼으로, 편도표 한장들고, 비행기에 올라야했고,
여전히 당장 내일 하루를 보장해주는 어떠한 상황없이, 그 어떤 후원자도 없이 오른 여행길을 부러워하지는 않을거야
가진돈은 2만원이 전부인데, 입술로는 이제 저 국경을 넘어 다른나라로 갈 것 이라는 선포.
당장 도착해서 어디로 가야할지 무슨돈으로 숙소를 구해야할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아는 이 한 명 없는 그 곳으로 오르는 믿음. 여행 이후의 시간에 대한 신뢰.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시간, 고독과의 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앞에서 나는,
나와 함께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부르신 그 분의 부르심에만 반응 할 뿐이야.
내겐 그것이 나의 상황에 앞선 '진리'이기 때문이지
7년째 여행이라는 화두로 나를 붙잡아 두시고
그 안에서 훈련하시고 물위를 걷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세상을 거슬러 사는 방법을 깨닫게 하시는 주님
하나님만이 내 삶의 유일한 보호자이시고, 내 삶의 기쁨이시고, 목적이 되심을
온 실존으로 알게 하셔.
그 분의 실제적인 이끄심이 매순간 필요하고
그 실제적인 도우심을 나는 매 순간 맛보고 있다고 해얄까
사람들이 통장의 잔고로, 자신의 위치와 소유로, 꿈에 대한 성취로, 누군가와의 관계로 안정감을 누리고 있을 때
나는 하나님 이외의 그 어떤 것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
하나님 없이는 나의 이 여행 아무런 소용이 없고
내가 만난 세계는 그저 내 오만한 경험이 될 수 밖에 없을거야
그리고 그만큼 나는 여행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아
시체같던 내게 찾아오셔서
나와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고요히 부르시던 그 밤을 시작으로-
하나님의 침묵이 피조물에게는 얼마나 고통인지 알게 하시고,
또 다시 내 두 손 붙잡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시는 하나님의 섭리
꿈 꿀 수 없던 내게 하늘소망을 알게 하시고, 새로운 생명으로 살게 하신 그 분이
나게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부르셨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감격해
그 분이 약속이 되어주시고 꿈이 되어주시고 나의 인생이 되어주셨다는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나의 전부야
하지만 사람들은 왜 '허수경'에게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그렇게 확신하면서도
자신에게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는 그렇게 신뢰하지 못할까
내가 무일푼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자신들의 눈에 그렇게 쉬워보이면서도
자신들의 문제앞에서는 왜 물 위에 서지 못하는 걸까
그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내 상황을 쉽게만 보는 그들에게 서운해
하나님은 결코 내게 돈을 주시고 여행을 가라고 하시지 않고, 누구와 함께 이 길 위에 서 있는지를 언제나 물으실 뿐이었어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 말씀 위에 발걸음을 내딛기 원하셨고,
내가 결정적으로 바라는 것은 상황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 하나님이 함께 하시느냐 아니냐 그 분의 부르심이 맞느냐 아니냐의 확신이었어.
그것이면 나는 안전할 수 있음을 알았으니까-
하나님은 벼랑끝에서 떠밀려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그 시간에도
내가 안전함을 믿으라고 하시는 분이셨어
여행을 가자고 부르시고서는 긴 침묵으로 나를 덩그러니 길 위에 세워두기도 하셨고
돈이 없어 마을을 떠날 수 없게도 하셨으면서도-
그 때 내가 두눈으로 마주해야하는 두려움과 절망과 불안.
그러나 그것에 집중하지 않기로 끊임없이 결정해야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지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 25개국을 밟게 되었고 2년이 넘는 시간 나는 여행을 하고 있고,
아직 밟아야 할 땅들이 더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
가진 것 하나 없는 내가, 아토피로 체육시간 단 한번도 제대로 나가서 뛸 수 없었던 내가,
이렇게 거쳐 온시간들, 내가 밟은 땅들이
하나님의 약속이 얼마나 신실하신가를 말해주고 있어
모스크바로 향하는 티켓을 끊고, 일주일도 채 살 수 없는 재정상황을 보고
정말 하나님 나를 유럽에 보내실 건지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해
하지만 상황을 보고 발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부르신 말씀에 의지하여 발을 내딛길 주님은 언제나 보고 싶어하시고
그 때 넘쳐흐르던 요단강이 말라 갈라졌음을 기억하게 하셔
기도하며 말씀을 보는데 여호수아에게 하셨던 말씀을 보게 하셨어
나는 그것이면 족한 것 같아 '하나님의 신실하신 동행'.
그것으로 나는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같아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강하고 담대하라
내가 해야하는 것은 돈을 어떻게 구할까, 여행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없을까, 돈 없으면 여행 말지 하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상황앞에서 불안과 두려움과 맞서 강하고 담대히 부르심에 따라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고,
인도하심에 따라 물이 넘실대는 요단강에 발을 적시는 것이지.
이렇게 오랜만에 네게 메세지를 띄우는 이유도
내게는 믿음의 선포의 의미이기도 하고
그 누군가에게 아직은 이해받고싶은 내 어린마음이기도 해
여전히 두려워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
무거운 짐을 매달고 숙소를 찾아 헤매이고, 낯선 이들과 끊임없이 마주쳐야 하고, 이동에 이동을 거듭해야 하고,
익숙해진 무엇과 정해진 헤어짐을 해야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단 한순간도 앞서서 계획할 수 없음에 익숙해져야하고,
상황에 거슬러 고백해야 하고, 그리고 이 시간이 언제까지 일지 알 수 없지만 버텨내야 하는 것이 힘들어.
하지만 하나님은 내게 긴 유목민의 삶을 가르치시는 것 같아
시간을 통해 배워야지만 나의 것이 되는 경험이 있잖아
시간을 통과하지 않으면 관념일뿐인 어떤 것을 삶으로 살아내어서 내 것이 되게 하는.
오늘은 그냥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고 싶었어
괜찮지?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