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수영이 몸부림쳤던
그 서늘한 이상과 끈적한 일상사이에서의 간극이
나를 목조여 온다
긴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 순간이 단 한번도 완벽히 내 것일 수 없는
나의 이 서늘한 이상-
어디로 가야하는지 닳을 곳이 없는 나는 빈털털이이다
이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있지만
늘 깨야 하는 꿈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 빛이 들어오지 않는 다락방
여행의 한 조각을 사람들과 공유하지만
그 곳에서만 나는 웃고 있다
수면밑의 오리발처럼 살아내려 발버둥치는
내 현실의 조각은 내 안에 홀로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것이 나의 몫임을 안다
정신없이 달려가다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가진 현실들이 그대로 다시 달라붙기 시작한다
자, 이제 순서대로 나의 자리로 돌아가자
자퇴생. 맞언니. 큰딸. 끝날 줄 모르는 가난. 부질없는 꿈. 단칸방. 부모님. 현실의 잣대.
다시금 치렁치렁 매달고 돌아갈 준비를 해야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한 댓가는 언제나 천국과 지옥을 넘나든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나는 더욱 몽상가가 되어버린다
나는 더욱 이국적인 풍경에 익숙해지고,
내가 떠나온 자리는 늘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버린다
결국 세상과의 이물감
거부당하는 자의 슬픔
그것들을 오롯이 껴안고 또다시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
힘에 겹다
그 분의 날개 밑에 숨겨주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