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벌써 손끝이 시리도록 춥다
여름이 사그러드는 시간도 보지못하고 겨울의 문턱 앞까지 달려와 버렸다
나는 그 댓가로 둔황, 우루무치에서는 감기로 끙끙 앓았고,
아직도 더위에 익숙했던 내 몸은 겨울을 거부하는 듯 이곳 저곳이 편치 않다
오늘 아침 카슈가르로 떠난다
겨울 여행-
그립기도 했다
허나 배낭은 더욱 무거워지고, 몸과 마음은 자꾸만 움츠러든다
현실 모르는 몽상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코 끝에 전해지는 아릿하고 시린 바람에 움츠러들었던 마음도 이국의 계절을 설렘으로 받아들인다
39살의 행선언니를 만났다
신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이틀을 함께 보내고 나니
이끄신 그 분의 손길 속에 만남이 감사할뿐이다
혼란과 아픔의 자리는 무엇인가 자랄 수 있는 거름의 땅이기도 한 것 같다
그 속에 어떤 씨앗이 심겨지느냐에 따라 쓴뿌리의 밭이 될 수 있기도 하고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의 문이 되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혼자 여행을 계속 하다 동행을 하게 되니 외출이 즐겁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져 버리기도 했는지
동행자가 먼저 떠난 이 아침에서야 무언가 차분하여 지는 기분이다
우리는 카슈가르에서 내일 오후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_
다른 계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가
서로의 이국을 서성이는 우리가
같은 시절을 보내고 같은 몽상의 한가운데에 서며
그렇게 사랑을 하고 그렇게 사랑을 해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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