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일상/20112011. 12. 18. 18:43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하신지라" 창세기 28:15

동티모르에 도착해서 드린 첫 예배시간의 본문말씀이었다

하지만 동티모르 이외에는 어떤 앞날도 기대할 수 없는 내가
더이상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조차 없는 일이고,
또 이젠 이런 씨름에 지쳐 하나님한테 더이상 하고 싶지도 않다고 칭얼댔다

그리고 오늘 이곳 딜리에서 주일예배,
인터네셔널교회라 영어로 예배를 진행하는데, 영어에 서툰지라 20%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
빌립보서 3:12-16
 
사실 한걸음앞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서 
이젠 이런거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이 벼랑끝에서 계산할 수 조차 없는 앞날을 세어가며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는 일을
이제는 할만큼 하지 않았냐고
가슴조리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하면서 몇 나라 더 다니는거 원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눈물로 한걸음 한걸음 내 딛는 일을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고
돈이 없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에 들어가겠다고 결심했는데-

예배 중 하나님은 여전히 내가 물 위를 걷길 원하신다고 명확히 몇번이나 말씀하셨다
1년 반이면 충분하지 않았냐고, 그정도 경험이면 이미 충분한 기적이었다고 말하는 내게 
그 시간은 내가 정하고 상식이 정하는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보여주고 싶은것이 있고 보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통장잔고 8만원
밑바닥에서 꿈을 꾸라고 말씀하신다
현실에 눈을 감고 하나님을 향해 눈을 돌려야한다
시간을 보낼때마다 깊이 패여가는 나의 실존을 마주해야 한다
고통스럽다
나의 이 시간을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것에 외롭다
길 위에서 방향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은 여행의 주체는 결코 나 일 수 없다는 얘기다
'나'라는 자아는 완벽히 무시되면서도 앞으로 나가겠다고 꿈을 꾸는 주체는 온전히 나여야 한다
이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지쳐 포기하려고 한 순간
하나님 내게 당신을 바라보라고 하신다
아, 하나님

세상으로부터 눈과 귀를 닫아야 하고 
설명할 수 없어 입을 닫아야 하는 이 상황은 언제까지여야 할까
길 위에 홀로 던져진 채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 걸까

하나님 내게 또 100% 신뢰를 원하신다
말로는 참 쉬운 그분을 신뢰하고 믿는다는것.
왜 내겐 나의 온 실존을 던져서 그렇게 해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걸까
왜 그 어디도 의지할 곳 하나 마련해두지 않으시고 그분만 바라보는 연습을 시키시는걸까

그래도 그 분이 내 손을 잡기로 결정하셨으니 그냥 온몸을 내던져야겠다
상황속에서 꿈꾸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분으로만 꿈꾸어야 한다
그 분이 보내셨으니 담대하리라
보여주시고 알려주시고 시간으로 오롯이 보내야하는 것들을 더욱 온전히 내 삶에 담아내리라

당신이 침묵하셨던 그 시간이 사실 가장 뜨거웠던 시간임을 다시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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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키 작은 프리데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