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이상2012. 6. 14. 18:12

매년 10월 31일, 종교개혁주일이 되면 개신교회의 강단에서는 당시 로마 가톨릭(천주교)의 타락상을 열거하며, 

종교개혁으로 인해 왜곡되고 변질된 교회가 참된 모습으로 회복되었다고 선포하고, 

무엇보다 그동안 인간이 세운 전통과 관습에 가려졌던 복음이 환히 드러났음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현재 로마 카톨릭의 교황제와 마리아 숭배와 연옥설 등을 열거하며 이들의 반복음성을 노골적으로 정죄한다.

그 결과 오늘날 적지 않은 한국의 개신교인들은 개신교만을 기독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로마 카톨릭을 기독교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다른 종교롤 취급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로마가톨릭 교회는 당시의 부패상을 인정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독립된 교회로 분리할 만큼의 필연성은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개신교회의 탄생은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인 사도적 교회'를 분열시킨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가톨릭의 입장에서 볼 때 종교개혁은 유구한 기독교 역사의 통일성과 연속성을 부정한 행위로, 그 이후의 수많은 분열주의의 시발점일 뿐이다. 

개신교 역시 성직자들의 교권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한다. 

개신교는 '집 나간 둘째아들'로 아버지 하나님의 집인 보편적인(가톨릭) 교회에 다시 돌아와야 하는 '탕자'인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16세기 극렬한 투쟁 속에서 생겨난 개신교와 로마 가톨릭 간의 상호저주(anathema)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종교개혁은 그 의도의 순수성과 개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의 성취라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종파적인 대립과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의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종교개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비극적인 필요였다.



... 그러나 교회의 일치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본다.

차이와 다름이 차별과 상호 저주의 악순환으로 이어져선는 안된다. 종교개혁의 산물로 태어난 개신교라고 해서 언제나 개혁적인 것은 아니다.

종교개혁 이후 일어났던 교조주의적인 정통주의가 이를 방증한다.



..."개혁교회는 언제나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은 개혁교회뿐만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모든 제도적인 교회에 해당되는 말이다.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의 빛에서 언제나 지양되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이야기 87-89p, 살림_이성덕





Posted by 키 작은 프리데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