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다른도시로 이동하기 위해서 숙소 리셉션 직원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묻다가,
각자의 여행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몇 달전에 이란의 서부와 터키 동부를 여행했다는 친구.
자기가 찍은 사진을 핸드폰에 옮겨서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사진이 수준급이었는데 그래서 한참을 사진에 빠져 들여다보다
마지막에 나온 사진이 아닌 저 그림이 궁금했다.
짧은 체인에 묶여 있는 사람이, 긴 체인에 묶여 있는 사람에게
자유가 무엇이냐고 부러워 하며 묻고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결국 모두는 체인의 길이만 다를 뿐 묶여 있는 한계를 가진 인간일 뿐이라는 것-
한참을 알베르까뮈의 모든 저서를 다 읽어보겠다고 매달린 적이 있었다.
이방인에서 페스트에서 그리고 시지프의 신화에서 까뮈가 묻던 실존이 저 그림 한장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스도가 소망임을 온몸으로 알고 있지만,
실존의 한계를 마주하는 삶의 현장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만 하는 문제는 내게도 여전히 숙제 같다
그리고 그 숙제를 짊어지고 가는 많은 사람들....
계속 쌀쌀한 비가 내려 숙소에만 있으려니,
많은 것들이 무거워지려한다
풀리지 않는 숙제속에서 살아가는 것
기형도의 말대로 출생의 경력밖에 없는 우리는
알턱이 없다